MBTI가 유행한 지는 꽤 됐지만, 유형별 특성을 실제 인간관계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느껴본 경험은 다들 적지 않을까? 나는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성격 차이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선에 흥미가 많아서 이번에 MBTI별 인간관계 실험기를 직접 해보기로 했다.
오늘은 각 유형과 대화하고, 때론 갈등도 겪고, 함께 협업도 해보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오늘 공유해본다
대화 스타일
- 대화 스타일: 말이 많다고 친한 건 아니다
각 유형과의 대화를 관찰하다 보면 확실히 패턴이 있다. 먼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ENFP와 ISTJ의 차이다.
ENFP 친구는 대화할 때 ‘이야기 스파크’가 툭툭 튄다. 뭔가 대화가 한 주제로 흐르기보단 자유연상처럼 여러 주제로 튀는데, 그 와중에 감정 공유나 공감을 잘 해준다.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고, ‘나도 이 얘기 하고 싶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반면 ISTJ 친구는 철저히 목적 중심이다. 감정적인 수다는 최소화하고, 논리적 순서를 따라 대화한다. 예를 들면, “그때 그 사람 기억나?” 라는 질문에도 “몇 월 며칠? 어느 회의에서 본 사람 말하는 거야?”라는 식. 처음엔 무뚝뚝하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명확하고 효율적인 소통을 중요시하는 타입이란 걸 알게 됐다.
또 흥미로웠던 건 INFJ와의 대화다. 조용하지만 깊다. 겉으로는 말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맥락과 배려가 담겨있다. 대화 후 혼자 돌아가서도 그 말을 곱씹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갈등스타일
2. 갈등 스타일: 회피형과 직면형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으니, 이번엔 갈등이 생겼을 때 각 MBTI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해봤다. 일부러 갈등을 만들진 않았고, 자연스럽게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을 유도해봤다.
ESTJ 친구와의 갈등은 가장 뚜렷했다. 이 친구는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하려고 한다. 감정보다는 ‘누가 더 논리적으로 맞는가’를 따지고, 빠르게 수습하려 한다. 그런데 나처럼 감정 처리가 먼저 필요한 스타일(나는 INFP)한테는 이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감정은 아직 덜 정리됐는데, 정답부터 요구하니까 대화가 잘 안 풀렸다.
반대로 ISFP 친구는 갈등이 생기면 조용히 물러난다. 그 자리에선 별말 없이 ‘알겠어’라고 하지만, 나중에야 슬쩍 감정이 터진다. 회피하는 듯 보이지만, 감정은 속에서 계속 끓고 있었던 거다. 이후 진심으로 사과하고 얘기했더니 풀리긴 했지만, 갈등 초기엔 참 어렵게 느껴졌다.
흥미롭게도 ENTP 친구와의 갈등은 피드백처럼 흘러갔다. 논쟁을 좋아하는 성향 덕분인지, 의견 충돌 자체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토론처럼 여긴다. “왜 그렇게 생각해?” “그건 이런 점에서 비논리적이지 않아?” 이런 식으로 날카롭게 들어오는데, 이게 감정 싸움이 아니라 ‘생각 싸움’이라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유익했다.
협업스타일
3. 협업 스타일: 성향이 다르면 갈등도, 시너지도
마지막으로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상황’에서 MBTI 유형별 협업 스타일을 체험해봤다. 회의, 팀 프로젝트, 기획, 여행 일정 짜기 같은 상황에서 관찰했는데… 역시 성향이 다르면 충돌도 있고, 의외의 시너지도 있었다.
INTJ 친구와의 협업은 효율성의 끝판왕이었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전체 일정과 리소스를 계산해서 “이건 현실적으로 여기까지”라는 계획을 짠다. 감탄스러웠지만… 유연성이 부족해 약간 숨막힐 때도 있었다. 감정적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달까?
반면 ENFP 친구는 아이디어 뱅크였다. 회의 초반에는 정말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지만, 기획 아이디어가 넘쳐흘러서 초반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는 정말 최고. 단, 마무리나 실행 단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아서 ‘실행력 좋은 유형’이 보완해줘야 한다.
흥미로웠던 건 ISTP 친구와의 콜라보다. 말은 많지 않지만 실전에서 엄청 실용적인 해결책을 잘 찾아낸다. 내가 감정과 상상을 이야기할 때, 이 친구는 현실적 해결책을 툭툭 제시해서 밸런스가 잘 맞았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준 느낌.
MBTI가 인간의 모든 면을 정의해주는 건 아니지만, 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이해하는 데 꽤 유용한 도구임은 확실하다. 특히 직접 겪어보니, ‘책에서 보는 성격 설명’과 ‘현실에서의 태도’ 사이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느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알게 된 가장 큰 깨달음은,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맞지 않는 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 앞으로도 다양한 유형과의 관계 실험을 이어가며, 더 다채로운 인간관계를 경험해보고 싶다.